정치자금은 어디서 가장 많이 쓰일까. 거창한 답을 기대했다면 김이 샐 수도 있다. 답은 점심값이다. 식대·간담회 영수증을 식당별로 모으면, 의원들이 가장 자주 둘러앉은 식탁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1위 식당에는 228명이 다녀갔다. 현역 의원이 300명 안팎이니, 사실상 3명 중 2명이 한 식당에서 밥을 먹은 셈이다. 한 끼 장소가 이 정도로 쏠린다는 건, 이곳들이 단순한 맛집이 아니라 사실상 ‘제2의 의원회관’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한 가지가 더 보인다. 가장 붐빈 식당일수록 정당 구성이 반반에 가까워진다. 화담은 민주당 95명, 국민의힘 86명이 다녀갔다. 본회의장에선 등을 돌리는 양당이, 점심시간엔 같은 골목 같은 룸을 쓴다. 정쟁은 의사당 안에 두고, 식사는 도보권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상위권 업종을 보면 한정식·일식·중식·회로 갈리지만 공통점이 있다. 죄다 룸이 있고 단체가 앉는 집이다. 혼밥이 아니라 회의와 접대가 정치자금 식대의 본질임을 메뉴판이 말해 준다. 그리고 그 위치는 예외 없이 국회대로·은행로·의사당대로 - 의원회관에서 걸어갈 수 있는 반경이다. 결국 의원의 점심을 정하는 건 취향이 아니라 동선이다.
상위 5곳의 방문 의원 수(228·197·194·181·176명)가 촘촘하게 붙어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압도적인 한 곳이 아니라 비슷한 규모의 ‘단골 식당군’이 형성돼 있다 — 의원들은 한 집을 정하기보다 도보권 몇 곳을 돌아가며 채운다. 메뉴가 제주 음식·일식·회·한정식으로 갈려도 순위가 비슷한 건, 선택 기준이 맛이 아니라 자리에 있다는 뜻이다. 정치인의 점심은 미각이 아니라 동선과 밀담의 함수다.
사용처명을 좌표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동명의 다른 가게로 잘못 잡히는 일이 있어, 좌표를 일일이 검증해 한 장소로 합쳤다. 그래도 결제 시점의 스냅샷이며, 순위는 특정 의원이 아니라 집계된 식당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