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의 주식 계좌를 종목별로 합치면, 1위는 놀랍지 않다. 삼성전자, 59명. ‘국민주’ 1위는 의원 사회에서도 그대로다. 진짜 이야기는 2위부터다. 불과 몇 해 전까지 그 자리를 지키던 국내 성장주들이, 어느새 미국 빅테크에 통째로 밀려났다.
삼성전자는 2020년 35명에서 2025년 59명까지 줄곧 부동의 1위였다. 흔들린 건 그 아래다. 2022년만 해도 2위는 카카오(24명)였고 NAVER 같은 국내 성장주가 상위권을 채웠는데, 2025년엔 엔비디아(44명)가 단숨에 2위를 꿰찼다. ‘삼성전자 + 국내 우량주’라는 전형적 한국형 포트폴리오에, 미국 빅테크가 빠르게 침투한 것이다.
순위를 더 내려가 봐도 쏠림은 또렷하다. 2위부터 5위까지가 엔비디아·테슬라·애플·알파벳 — 넷 다 미국 빅테크다. 한때 ‘국민주’로 불리며 개미들을 끌어모았던 카카오는 19명으로 10위권까지 밀려났다. 국내주 위에 미국주가 한 겹 얹히는 정도가 아니라, 상위권의 얼굴 자체가 미국 빅테크로 갈아 끼워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방향의 일치다. 의원들도 서학개미였다.부동의 1위 삼성전자(59명)를 빼면, 2위부터의 변화는 일반 투자자가 지난 몇 년 걸어온 경로와 정확히 포개진다. AI 랠리에 올라탄 엔비디아, 서학개미의 양대 종목 테슬라·애플. 정책을 설계하는 이들의 돈도 결국 시장의 같은 물결을 탔다 — 이해상충을 따지기 이전에, 그 자체로 들여다볼 가치가 있는 거울이다.
재산 신고에는 종목·수량·가액만 있고 매매 시점·횟수는 없다. 연중 사고팔아 연말 전에 정리한 종목은 잡히지 않으므로, 이 집계는 ‘보유 인기’는 보여줘도 ‘매매 추적’은 아니다. 순위는 종목이지 의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