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재산 신고에 ‘가상자산’ 항목이 처음 들어온 건 불과 몇 해 전이다. 그런데 보유 의원 수가 한 해 만에 절벽처럼 솟구쳤다. 2023년 20명에서 2024년 63명 — 세 배가 넘는 급증이다. 이걸 ‘의원들이 뒤늦게 코인 광풍에 올라탔다’고 읽으면, 절반만 맞다. 숫자가 튄 진짜 이유는 시장이 아니라 다른 데 있다.
보유 의원은 2023년 20명에서 2024년 63명으로 뛰었고, 2025년엔 61명으로 자리를 잡았다. 도약의 계기는 시세가 아니라 제도다. 2024년부터 가상자산이 의무신고 대상이 되면서, 그 전까지 신고서 밖에 있던 보유분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올라왔다. 코인이 갑자기 늘어난 게 아니라, 원래 있던 것이 비로소 드러났다. 통계의 절벽은 시장이 아니라 규칙이 만들었다.
드러난 속을 들여다보면 한 번 더 의외다. 종목은 비트코인이 18명으로 가장 많고 리플·이더리움이 뒤를 잇는다. 변동성 큰 신생 알트코인이 아니라 시가총액 최상위 코인에 쏠려 있다. 한탕을 노리는 투기라기보다, 자산의 한 갈래로 ‘그나마 익숙한’ 코인을 담아 둔 모습에 가깝다. 의원들의 코인 투자 역시 일반 투자자의 보수적인 결을 닮았다.
이 항목이 흥미로운 건, 공개 제도가 자산을 어떻게 ‘보이게’ 만드는지를 압축해 보여 주기 때문이다. 규칙 한 줄이 바뀌자, 보이지 않던 자산이 통째로 장부 위로 떠올랐다.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낸 의원들의 디지털 자산은 앞으로 신고서에서 가장 빠르게 요동칠 항목이 될 것이다. 무엇을 신고하게 하느냐가, 무엇이 보이느냐를 정한다.
보유 의원 수의 급증은 시장 유입이라기보다 제도 변화(의무신고)의 효과가 크다. 신고는 연말 스냅샷이라 연중 거래는 잡히지 않는다. 순위는 종목이며, 개인 의원을 가리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