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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공개 · 고지거부 · 2016–2025

절반이 가족 재산을 가렸다 - 고지거부 10년

의원 재산공개에는 합법적인 구멍이 하나 있다. 독립생계 중인 직계존비속의 재산은, 본인이 원하면 신고서에서 아예 빼도 된다. ‘고지거부’다. 명분은 그럴듯하다 — 따로 사는 부모나 다 큰 자식의 재산까지 공개하라는 건 과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구멍을 쓰는 의원이 한둘이 아니라는 데 있다. 지금은 둘 중 하나꼴이다.

20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025
고지거부 의원 비율 추이 · 2016년 39.2% → 2025년 49.6% · 출처 공직자 재산공개

2025년, 직계존비속 재산을 한 명이라도 고지거부한 의원은 140명, 전체의 49.6%다. 절반에 육박한다. 더 눈여겨볼 건 방향이다. 이 비율은 2016년 39.2%에서 출발해 10년간 꾸준히 올랐고, 2022년부터는 줄곧 절반 언저리에 머문다. 공개 제도가 자리를 잡을수록, 역설적으로 가려지는 칸은 늘어난 셈이다.

2025 고지거부 · 가린 가족(관계별 건수)
고지거부 건수
1어머니68건-
2장남56건-
3아버지50건-
4장녀22건-
5차남18건-
출처 · 공직자 재산공개(2025) 고지거부 관계 집계

그렇다면 누구의 재산이 가려질까. 주로 부모와 장성한 자녀다. 어머니(68건)가 가장 많고, 장남(56건)·아버지(50건)가 뒤를 잇는다. 대부분은 한두 명이지만, 가족 3명 이상의 재산을 통째로 가린 의원도 16명에 이른다. 그중 한 명은 무려 여섯 명을 한꺼번에 신고서에서 지웠다. 한 사람의 재산 신고서가, 사실상 본인 한 명의 것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여기까지는 ‘다들 그런가 보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진짜 물음은 ‘얼마나’가 아니라 ‘누가’ 가리느냐다. 순자산 상위 20% 의원의 고지거부율은 75.0% — 중간 구간(약 41%)의 1.8배다. 가릴 재산이 많을수록 더 가린다. ‘독립생계 중인 가족’이라는 제도의 명분과는 정반대로, 정작 가장 검증이 필요한 큰 재산일수록 신고서 시야에서 먼저 빠져나간다.

고지거부엔 여야가 없다. 2025년 더불어민주당 67명, 국민의힘 66명 - 거의 똑같다.

그런데 이 행동에는 또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진영이 없다. 2025년 더불어민주당 67명, 국민의힘 66명으로 양당이 사실상 동률이다. 재산 규모는 정당 따라 두 배씩 갈렸지만, ‘가족 재산을 가린다’는 선택 앞에서는 여야가 똑같은 보폭으로 걷는다.

그래서 이건 누구 하나를 탓할 일이 아니다. 부유할수록 더 가리고, 거기에 진영마저 없다면 —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규칙이다. 재산공개 제도의 취지가 고위공직자의 재산이 어떻게 불었는지를 사회가 함께 지켜보는 데 있다면, 정작 가장 큰 재산 앞에서 그 창이 닫히는 지금의 구조야말로, 허용 범위를 다시 들여다볼 때가 됐다는 신호다.

고지거부는 불법이 아니다. 공직자윤리법은 독립생계 중인 직계존비속의 고지거부를 허용한다. 다만 그만큼 유권자가 검증할 수 있는 정보가 줄어든다. 수치는 특정 의원이 아니라 전체·정당 단위 집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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