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13년치를 월 단위로 펼치면, 달력이 아니라 선거 주기에 맞춰 뛰는 맥박이 보인다. 선거를 서너 달 앞두면 의원들의 돈은 식대를 제치고 여론조사·홍보·인쇄로 한꺼번에 쏠린다.
21대 총선을 석 달 앞둔 2020년 1월, 정치자금의 58.7%가 여론조사·홍보·인쇄·문자에 쓰였다. 평상시 비중(약 25%)의 두 배가 넘는다. 같은 봉우리가 2016년·2024년 총선 직전 1월에도, 지방선거를 앞둔 해에도 어김없이 반복된다.
흥미로운 건 봉우리의 위치다. 정점은 선거일이 아니라 선거 서너 달 전이고, 정작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4월에는 비중이 3%까지 급감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선거운동 기간의 비용은 ‘선거비용’이라는 별도 계좌로 신고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정치자금 데이터에는 선거를 준비하는 밑작업 단계의 돈만 박동으로 남는다.
평상시 정치자금은 사무실 운영비와 식대로 잔잔히 흐른다. 그러다 선거가 시야에 들어오면 돈의 성격이 바뀐다. 여론조사로 판세를 읽고, 인쇄물과 문자로 이름을 알리는 데 자금이 집중된다. 13년 치 영수증은 그렇게, 의원이라는 직업이 4년 주기로 같은 리듬을 반복한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언한다.
이 박동은 한 가지 통념을 깬다. 흔히 ‘돈은 선거 때 풀린다’고 하지만, 정점은 늘 그 석 달 전에 찍힌다. 2016·2020·2024년 총선 직전마다 같은 봉우리가 반복된다는 건, 이 리듬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제도가 만든 구조적 주기라는 뜻이다 — 영수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여론조사·홍보·인쇄·광고·문자 분류를 합산한 월별 금액 비중이다. 공식 선거비용(별도 신고분)은 포함되지 않은 정치자금 지출내역 기준이라, 정점은 선거 직전 ‘준비기’에 나타난다. 수치는 전체 집계다.